점점 무뎌지는 사람들 - 임홍규 선수 논란에 대해.

임홍규 선수는 3경기 내내 상대방을 농락했다. 첫 번째 경기에서는 자신의 드론을 빼놨다가 죽였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한 손으로 게임을 하다가 나중에는 발로 게임을 했으며 마지막 경기에서는 양손을 바꿔서 게임을 하고 상대방의 넥서스 근처에 해처리를 지었으며나중에는 아예 눕다시피 게임을 했다. 사진1, 2, 3, 4, 5, 6

경기가 끝난 뒤에 류오시안 선수가 임홍규 선수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정신병자라는 표현을 쓰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에 대해서 주최 측에서 임홍규 선수를 영구 출전금지를 시키는 제재를 내리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임홍규 선수를 옹호하는 이들의 주장이 가관인데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1. 중국인이니까 괜찮다.
2. 실력차이가 심했으므로 괜찮다.
3. 이벤트전이고 은퇴전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괜찮다.
4. 예전에도 이런 퍼포먼스는 했었다.
5. 프로게이머도 아닌데 너무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한다.
6. 당시 분위기도 유쾌하고 좋았는데 왜 한국만 난리냐?

중국이니까 괜찮다는 주장에는 한숨만 나올 뿐이고 프로게이머인가 아닌가, 은퇴경기로 봐야하는가 아닌가, 이벤트전인가 아닌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벤트전이라고해서 퍼포먼스를 할 거였다면 경기가 다 끝난 뒤에 했어야지, 3경기 내내 상대를 진심으로 상대하지 않고 조롱하는 게 퍼포먼스인가? (더욱이 상대는 본인의 드론을 죽인 것을 빼면 알지도 못 했고, 그 드론을 스스로 죽인 것에 대해서도 경기 내내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당시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는데 중계진을 비롯한 관객들은 자신이 당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일 뿐, 당사자가 불쾌했는데 제3자가 유쾌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문제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 ‘그렇게 봐줬는데도 게임을 질 정도인데 무슨 소리냐? 조롱당할만 했다.’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는데 우선 앞의 주장을 한 사람들의 논리를 되돌려주자면 이벤트전일 뿐더러 은퇴를 했을 정도로 기량이 하락한 선수에게 왜 그렇게 엄격한 잣대(경기력)를 요구하는가? 그리고 게임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조롱을 당해도 괜찮다라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가? 자신들이 게임에서 이길 때마다 으레 상대방을 조롱해왔고,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방송에서 자신보다 못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게 하나의 컨텐츠가 되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가? 게임에서 이기면 상대방을 조롱하는 게 승자의 권리라도 되는가?

이번 일을 보고 있으니 예전에 모 해설위원이 예전에 SNS를 통해 ‘게임 실력이 뒤떨어지면 여럿이서 하는 게임을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혼자하는 게임을 해라.’라고 한 것이 생각난다. 앞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데 이를 다른 분야에도 적용시키면 ‘약자는 도태시켜도 된다.’는 논리가 성리한다. 비약이라고? 게임을 못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니까 혼자하는 게임이나 하라는 것이 약자는 무리에서 소외시켜도 된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강자는 약자를 조롱해도 된다는 게 강자는 약자를 짓밟아도 된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공부를 잘하는 이는 공부를 못하는 이를 조롱하고 무시하고 배척해도 되고, 부유한 이는 가난한 이를 조롱하고 배척해도 된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게임은 그래도 되고 다른 분야에서는 그러면 안 되는가?

인터넷 방송이 유행이 되면서, 특히 게임 방송에서는 자신보다 못하는 상대를 대상으로 농락하듯이 게임을 하거나 일부러 자신보다 실력이 낮은 사람들과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게 하나의 컨텐츠가 되버리면서 많은 이들이 도덕관념이 무뎌진 모양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예의라는 게 있고 넘지 말아야할 선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자신이 승자라는 이유만으로 패자를 농락하거나 모욕주는 것은 예의가 없는 것이다. 모니터 너머에 있는 것은 알파고같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나와 같이 생각과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하지 않을까.


p.s.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사과를 안 받았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본인이 그 입장이 됐다고 생각해보자. 방송으로 송출되는데 자신은 모르게 경기 내내 자신을 조롱하며 바보 취급한 상대의 사과를 그렇게 쉽사리 받을 수 있을지를. (심지어, 임홍규 선수의 해명영상을 보면 자신의 잘못을 심각하게 여기는 것 같지도 않다.)

덧글

  • 레기온 2017/12/07 16:38 #

    상대 선수가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날뛰었을 사람들이 이런걸 쉴드치는걸 보면 헛웃음만 나옵니다.
  • Lynxyz 2017/12/07 20:13 #

    그렇죠. 상대방이 그렇게 해서 이겼으면 난리를 쳤겠죠.
  • 웃긴 늑대개 2017/12/07 16:38 #

    엄청 친한 친구끼리라면 농락하면서 깔깔깔 할 수도 있겠는데... 저건 흠...
  • Lynxyz 2017/12/07 20:10 #

    친구 사이여도 게임하는 내내 저런 식으로 게임하면 불쾌할 것 같습니다.
  • 웃긴 늑대개 2017/12/08 07:58 #

    그냥 친구사이면 상종 못할 짓이지요 ㅋ
  • Lynxyz 2017/12/08 14:29 #

    엄청 친하면 잠깐 봐주는 것 정도야 넘어가겠죠. 위에서 한 것처럼 양손을 잠시 바꾼다던지, 한 손으로 한다던지.
    근데 그걸 게임 내내 한다던지, 발을 올린다던지 하면 진짜 아무리 친해도 화날 것 같네요. 저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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